본 게시물은 스콧 말트하우스가 제작하고 이야기와 놀이에서 번역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편지 쓰기 롤플레잉 게임 퀼Quill' 비공식 팬메이드 시나리오입니다. 플레이를 위해서는 퀼Quill 규칙의 숙지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편지 쓰기 롤플레잉 게임 퀼Quill'은 이야기와 놀이 블로그 자료실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
가장 위대한 항해자의 여행
(The greatest voyager's journey)
시나리오 소개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했겠지요. 아닙니까? 당신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확신과 기약이 없음에도 외우주를 향해 탐사선을 보냈지요. 아흔 여섯 번, 아흔 일곱 번, 그리고 아흔 여덟 번……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까닭에, 아흔 아홉 번째 항해자의 시작은 힘겨웠습니다. 모두가 생각했지요. 이제 백 번째는 없을 거라고. 이 넓고 넓은 우주에,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라고.
회의주의자들의 단정은 놀랍게도 절반이나 적중했습니다. 백 번째가 필요 없어졌거든요. 아흔 아홉 번째, 삼십 년 전에 모성을 떠난 탐사선이 마침내 잡아낸 것입니다. 인류가 아닌 지성체가 보내는 신호를! 그것은 이렇게 번역되어 전달되었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인가(Tu quis es)?”
외교는 고도의 기술적 상호작용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외계 지성체와 접촉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인간 중 그 누구도 외계 지성과의 접촉에 있어 전문가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누가 하든 그는 최선의 전문가이자 최악의 초심자일 것입니다. 처음이라는 게 다 그렇지요. 그래서 행여 외계 지성과 교신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가 되든 상관없이 ‘현장 담당자 재량으로 답신하도록’ 하는 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당대 최고의 인문사회과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이 합의한 규칙이므로, 아마도 합리적일 것입니다.
당신은 외우주 탐사선을 관리하는 연방우주국의 엔지니어입니다. 행운과 불운 양쪽 모두를 포함하여, 당신은 인류 최초로 외계 지성체의 신호를 맞이하게 된 첫 번째 인간입니다. 대단한 자리에 있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저, 역사적인 날에 하필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을 뿐이거든요. 그리고 이제, 외우주로부터 날아든 지성체에게 답신을 보내야 합니다.
서신 규칙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필체는 오탈자로 갈음합니다. 더불어 당신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입장이므로, 오탈자 판정 시 주사위를 하나 더 굴립니다.
교신번역기 : 옵션 기능입니다. 외계 지성체의 언어는 인간이 바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언어를 치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교신번역기는 그러는 과정에서 글의 문장력은 끌어올리고, 감정적 언사는 탈각하는 교정 절차를 실행합니다. 이 기능을 적용하면, 강제적으로 ‘감정 판정 실패’ 상황이 적용됩니다. 그 대신 문장력 판정을 두 번 합니다. 각각의 판정 결과에 나온 점수를 모두 더합니다.
잉크병
외계인 | 우리와 기원을 달리하는 지성체 |
오랜 시간 | 빛이 무한의 거리를 이동하는 간격 |
지구 |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국부은하군, 인류 은하, |
만남 | 문명 간의 접촉 |
인간 |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
반갑(습니다) | 우리는 진심으로 당신들을 환영(합니다) |
이야깃거리 | 우리와 당신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의제 |
싸움 | 있어서는 안 되는 불행한 사태 |
신의 기적 | 엔트로피의 역전 |
다음에 | 다시 교신할 기회가 온다면 |
결과
■ 4점 이하
당신이 입력한 내용이 전파를 타고, 외계 지성체에게 전달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학부생 시절의 리포트였어도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것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평가하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사여구나 세련됨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편해집니다. 결국 당신은 외계 지성체로부터 답신을 받지 못합니다. 답신을 받은 것은, 백 년 후의 일이었습니다. 외계인들의 우주선이 대기권에 나타났습니다.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기록을 남길 인간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 5~7점
당신이 입력한 내용이 전파를 타고, 외계 지성체에게 전달됩니다. 나름대로 성의있게 작성한 답신이지만, 그렇다 해도 어딘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엔지니어에게도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던 이야기가, 이런 뜻이었을까요? 결국 당신은 외계 지성체로부터 답신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외계인과 교신을 해본 사람으로 기록됩니다. 인류는 백 번째 항해자에 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 8~10점
당신이 입력한 내용이 전파를 타고, 외계 지성체에게 전달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당직 근무자’가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평가에는 외계 문명도 동의한 모양입니다. 답신은 머지않아 돌아왔습니다. 저들은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체계와 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앞으로도 계속 교신을 반복하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연방우주국에서는 정식으로 교신 담당 직책을 만들었고, 당신이 그 자리에 보임됐습니다. 근무 수당이 오른 것입니다! 내년에는 달 여행을 갈 수 있겠네요.
■ 11점 이상
당신이 입력한 내용이 전파를 타고, 외계 지성체에게 전달됩니다. 비현실적이고 미신적인 이야기지만, 인류의 의지가 작용한 것일까요? 당신은 스스로도 믿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답신을 작성해 보냈습니다. 당신 이외의 어떤 사람이 했더라도, 당신보다 더 훌륭하고 완벽한 글을 쓰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외계 지성체는 당신의 답신에 큰 감명을 받고, 정식으로 인류와 물리적으로 접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정중하게 표시합니다. 연방정부에서는 인류를 대표할 대사를 임명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당신 이외에 적임자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역사는 당신을 초대 우주외교성 장관으로 기록할 겁니다. 우주선에 오르기 직전, 등 뒤에 모인 무수히 많은 기자들에게 당신은 말 한 마디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말은, 인류의 옛 역사와 새 역사를 가르는 챕터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빛이 문 앞에 왔다(Lux ante port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