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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 쿠키!/퀼 시나리오

퀼 시나리오 - 결투사의 고해

본 게시물은 스콧 말트하우스가 제작하고 이야기와 놀이에서 번역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편지 쓰기 롤플레잉 게임 퀼Quill' 비공식 팬메이드 시나리오입니다. 플레이를 위해서는 퀼Quill 규칙의 숙지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편지 쓰기 롤플레잉 게임 퀼Quill'은 이야기와 놀이 블로그 자료실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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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사의 고해

 


 

전쟁이 없을 때에도 제국기사단은 항상 바쁩니다. 제국을 수호하고 황제를 지키며 백성들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은 제국 기사를 위해 존재하는 말입니다. 제국 기사인 당신은 바쁜 업무에 별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럴 줄 알고 입단했으니까요. 하지만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는 법입니다.

제국기사단의 업무는 모두 기사단장으로부터 나옵니다. 누가 기사단장이든 격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현 제국기사단의 단장은 제국사에서 최연소 단장이 된 사람인데, 젊은 만큼 정력적이어서 내려오는 일이 아주 많았습니다.

당신에게는 마음에 둔 영애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마음을 제대로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용기가 없었다고 할까요.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데다, 현재의 상황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여준다면 좋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 영애는 당신을 그저 친하게 지내는 ‘언니’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평소 자신의 선택이 이끈 결과에 불만을 갖지 않는 성품이었던 당신은, 그런 상황에도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격무로 바빴기 때문에, 당신은 그와 만날 시간을 한 달에 한 번 내는 것도 벅찼습니다. 마지막 만남으로부터 석 달이나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기사단장으로부터 하달되는 업무의 양이 줄어든 것입니다. 당신은 기쁜 마음으로 영애와의 만남 약속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모처럼 시간을 냈는데도 선약을 이유로 만남을 거절달한 것입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영애의 가문에서 약혼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성을 잃어버린 당신은 초대받지도 않은 약혼식에 찾아갔습니다. 약혼식의 주인공이어야 할 영애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유독 그의 곁에 앉은 ‘약혼자’가 오만방자하게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약혼자'가 내뱉은 무례한 말이 문제였던가요? 저 '약혼자'라는 자는 영애를 존중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국 당신은 그 자식, 아니. 그의 ‘약혼자’에게 결투를 신청해버리고 맙니다.

결투는 제국법이 보호하는 신성한 전통입니다. 이유도 상관없고, 결과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제국 기사입니다. 

제국 기사를 싸움으로 이길 수 있는 자는 같은 제국 기사뿐이지요. 당연히 당신은 승리했습니다. 문제는 상대가 죽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애초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던 데다, 피를 보고 나니 이성이 돌아왔습니다. 남의 약혼식에 찾아와 약혼자를 죽여 버린 겁니다. 영애가 당신을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영애가 당신에게 보여주었던 마지막 표정은 경악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당신은 그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연락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고뇌와 가책에 시달리던 당신은 대성당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참회가 되었든 변명이 되었든, 당신의 고해를 들어줄 존재는 신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서신 규칙

 

고해소에서 말로 이루어지는 고해입니다. 

필체 판정은 당신이 얼마나 침착하고 정중한 어조로 말했는지를 판단합니다(판정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감정 판정을 반드시 사용해야 합니다. 감정 판정에서 주사위 값이 6이 나온 경우, 점수 1점을 받습니다. 주사위가 여러 개였다고 해도 한 번만 적용됩니다.

 


잉크병

천박한 단어 고상한 단어
그녀 영애
응징 / 싸움 / 분노 결투
더러운 / 추찹한  잘못되다 / 그릇되다
막돼먹은 /  짐승같은 무례한 / 대단한 실례
그자식 / 그새끼 / 개자식 약혼자 / 귀족 / 자제분
나 / 본인 / 내가  죄인 / 제국기사단의 기사
사실상 연인 관계 / 특별한 사이  연모 / 경애 / 존중
욕망 / 욕심  마음 / 희망
뜻하지 않은 / 의도하지 않은 사고 / 비극 / 죄
분하다 / 억울하다 참회한다 / 반성한다

 


결과

 

■ 4점 이하

당신은 고해를 마쳤습니다. 기사에게 말솜씨는 불필요한 덕목이란 말로도 아쉬움을 가릴 수 없군요. 

별달리 감정적 변화를 얻지 못한 당신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낙향하기로 했습니다. 

기사단장도 영애도 볼 낯이 없습니다.

 

■ 5~7점

당신은 고해를 마쳤습니다. 고해에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지 화법이 아닙니다. 

신관이 법의 면책을 말합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으로 만족해야 하는군요. 

당신은 북부의 원정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영애와 같은 도시에 있는 것이 괴롭습니다.

 

■ 8~10점 

당신은 고해를 마쳤습니다. 군사학 이외의 학문을 경시했던 것 치고는 훌륭하다고 해도 좋을 화술이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르는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일단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당신에게도, 영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 11점 이상

당신은 고해를 마쳤습니다. 스스로도 이렇게 조리 있게 말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모든 것을 털어놓자 용기가 생겼습니다. 당신은 망인의 유족과 영애에게 찾아가 사과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었든 없었든 말입니다. 당신은 용서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