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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BOOK/[Quill]

명절특집 : 선산 팔지 마

 

본 게시물은 스콧 말트하우스가 제작하고 이야기와 놀이에서 번역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편지 쓰기 롤플레잉 게임 퀼Quill' 비공식 팬메이드 시나리오입니다. 플레이를 위해서는 퀼Quill 규칙의 숙지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편지 쓰기 롤플레잉 게임 퀼Quill'은 이야기와 놀이 블로그 자료실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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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팔지 마


시나리오 소개

 

사대봉사(四代奉祀)라는 말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제주(祭主)를 기준으로 위 4대까지 제사를 지낸다는 뜻입니다.

 

이는 유교에서 말하는 혼백(魂魄) 개념이 반영된 원칙입니다. 혼은 영적인 것으로서 하늘로 흩어지며, 백은 육적인 것으로서 땅으로 스러집니다. 백은 금방 썩어 없어지지만 혼이 흩어지는 데에 120, 4대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4대조까지는 혼이 계시니 제사를 올린다는 것입니다.

 

, 이런 것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쨌든 당신은 죽었습니다.

 

언제 죽었는가 하면 백 년 정도 전입니다. 그렇게 뼈대 있는 가문도, 부유한 가문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생전에 부지런히 일해서 어느 정도 가산을 모았고, 그걸로 ‘선산’을 마련했습니다. 산을 마련해 조상들의 무덤을 모을 정도가 됐으니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고 해도 되겠지요. 당신은 죽었고 수십 년간 제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집안의 가세는 평온하지 못했습니다. 후손들은 당신이 남긴 가산을 조금씩 낭비하다가, 결국 선산 하나만 남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제사도 끊어졌습니다.

 

그것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제사는 점점 지내지 않는 추세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구천을 떠도는 당신도 흩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후손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신은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천기를 엿본 바, 후손에게 큰 재운(財運)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당신이 남긴 선산 말이지요. 얼마 후 여기에 도로가 들어오고 터널이 뚫릴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산을 쥐고만 있으면 곧 국가의 보상계획에 따라 큰돈을 보상받게 되는 것입니다. 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라 했으니, 당신이 쌓은 공덕으로 후손에게 마지막 보탬이 되고 떠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후손이란 녀석이, 선산을 헐값에 팔아버리려고 합니다.

 

물론 현재 후손의 상황이 나쁘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요. 당신은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천기를 누설하는 것은 중죄이지만, 이미 죽은 몸 무엇을 머뭇거리겠습니까. 당신은 후손에게 현몽(現夢)하여 산을 팔지 말고 가지고 있으라고 말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사소한 문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혼이 살아 있는 자의 꿈에 현몽하려면,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 사이에 강한 유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후손 입장에서 당신은 얼굴도 본 적 없는 4대조 조상님입니다. 유대가 있을 리 없지요. 그러면 긴 시간이 허용되지 않고 짧게 끝내야 합니다.

 

마침 추석은 현몽이 허락되는 시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당신이 백 년 전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십 년만 지나도 언중의 말이 변하는데 백 년이면 무척 긴 시간입니다. 기껏 어렵게 시간을 내어 현몽해 말하더라도, 후손이 당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말짱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것도 죽은 후에야 현대어를 배워본들 될 일일까요?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저 녀석은 내일이라도 선산을 팔아버릴 겁니다!


서신 규칙

 

이것은 서신이 아니라 현몽하여 나누는 대화입니다. 필체는 어조로 갈음합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대화가 아닌 만큼, 당신은 꿈속의 인식을 잠깐 조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는 과정, 즉 한 사이클 내에 존재하는 모든 판정에서 당신은 한 번씩 판정을 번복하고 해당 판정의 주사위를 새로 굴릴 수 있습니다. 즉 전체 과정에서는 총 다섯 번의 재굴림 기회를 받게 됩니다.


잉크병

상대는 현대를 살아가는 후손입니다.

당신이 쉬운 말을 사용한다면 잘 알아 듣겠지만, 사어나 어려운 한자어를 쓴다면 잘 알아듣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쉬운 말이 고상한 단어가 되고, 어려운 말이 천박한 단어가 됩니다.

팔다 방매(放賣)하다
선산 구산(舊山)
보상(금, ~하다) 대상(代償)
집안 가벌(家閥)
무덤 선영(先塋)
믿음(~다) 시빙(恃憑)
할아버지(할머니)의 할아버지(할머니) 4대 상종(上宗)
착한 일 선근(善根)
로또 복표(福票)
기억(하다) 인각(印刻)

결과

 

■ 4점 이하

당신은 후손의 꿈에 현몽했습니다.

그런데 후손의 기색이 도통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후손은 불과 며칠 사이에 선산을 팔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급매로 헐값에 말이지요. 얼마 후 도로와 터널 개통 소식이 들리고 후손은 땅을 치며 안타까워했지만 당신이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 5~7점

당신은 후손의 꿈에 현몽했습니다.

하지만 후손은 당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충 고개는 끄덕거렸는데, 조상에 대한 예의 이상은 아니었나봅니다. 당장 선산을 처분하지 않아 말을 알아 들었나 싶었더니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도로 개통이 발표되기 전날에 산을 팔아버린 것입니다. 그래도 그런 소식에 별 관심이 없는지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래요, 모르는 게 약이지요.

 

■ 8~10점 

당신은 후손의 꿈에 현몽했습니다.

나름대로 현대어를 쓰려고 노력했으니까, 후손이 당신의 뜻한 바를 어느 정도는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 녀석이 그러고도 산을 팔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쩌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마침내 가계약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가계약이지요. 다음날 도로 개통 계획이 발표되었고, 후손은 가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위약금은 물었지만 그래도 다행 아닙니까?

 

■ 11점 이상

당신은 후손의 꿈에 현몽했습니다.

이 정도면 4대 조상과 현손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대화라고 해도 되겠지요. 이만큼 후손을 아끼는 조상이 어디 있겠냐 싶어 당신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산을 헐값에 판다는 소문이 나서 몇몇이 후손에게 산을 팔라고 접근해왔지만, 후손은 당신의 말을 믿고 굳건히 버텼습니다. 마침내 개통 계획이 발표되었고, 후손은 가족들과 함께 크게 기뻐했습니다. 당신은 할 바를 다했습니다. 시왕청(十王廳)의 판관들에게 한 소리 듣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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