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로젝트 쿠키!입니다.
오늘의 해결할 리퀘스트는...... 시나리오 관련 질문입니다!
천안대 시나리오집에서 벌명당산 시날이요, 어쩌다 ■■■ 루트가 나온건가요....?
제가 플레이어로 갔을때는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이걸... 어쩌다......
입니다!
시나리오 관련 질문인 관계로 김구몬이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하는
시나리오집, 천안대학교 민속학연구동아리 활동보고서 2018에 수록된 시나리오인.. 벌명당산... 그러니까..
[벌명당산과 전통적 기복신앙에 관한 사례분석]
네, 이게 시나리오 제목입니다. 아무튼 이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답변입니다.
천안대 시나리오집에서 벌명당산 시날이요, 어쩌다 김치맨 루트가 나온 건가요....?
제가 플레이어로 갔을 때는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이걸... 어쩌다......
김치맨 루트...
그러니까 "이걸" 말하는 거지요?

왜 이런 질문이...
사실 별 의미는 없었습니다. 벌명당산 시나리오 자체가 심각한 분위기고 난이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도 좋겠네요.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아무 의미 없이 집어넣은 것은 아닙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도중에 배치해 둔 난관과 신화 생물들이 너무 강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빛을 이용한 난이도 조절을 시도했습니다.
전형적이죠. 괴물이 빛에 약합니다! 손전등과 형광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약점을 설정한 뒤에는 (당연한 수순으로) 약점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호러를 집어넣었습니다.
"괴물이 촉수를 뻗어서 형광등을 깨버렸습니다!"
"유일한 광원이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면서, 괴물이 달려듭니다!"
재미는 있는데, 이것만으로 괴물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크리티컬 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냄새에 민감하다는 설정을 덧붙였죠.
"빛을 싫어하는 생물이니까 소리나 냄새, 혹은 다른 것으로 앞을 볼 거야. 뭐가 좋을까?"
저는 소리에 민감한 괴물이라는 설정을 아주 좋아합니다.
발소리를 죽여서 이동해야 하고, 탐사자들에게 "그렇게 큰소리로 말했나요?"라는 말을 할 수도 있고, 큰소리를 내어서 괴물을 쫓거나 유인할 수도 있고. 재미있잖아요?
근데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다른 시나리오(배포나 판매를 하지 않은)에서 소리를 써먹었던 적이 있어서 냄새, 그래 냄새로 해야겠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잠깐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설정으로 자석이나 티비의 전자파를 이용해서 어쩌고 하는 발상을 떠올렸지만, 직관성도 떨어지고, 직관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장면을 추가하기에는 이미 내용이 너무 길었으므로, 냄새로 결정했습니다.
냄새라고 하면, 일단 향수죠. 향수.
그래서 일부 NPC들이 향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른 분들의 리플레이를 보고 깨달았는데, 이건 이거대로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팀에서 한 리플레이를 읽어보니 향수의 용도를 파악하지 못한 탐사자들이 자신의 몸에 향수를 뿌리는 장면이 연출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제 실수입니다; 저는 NPC가 향수를 들고 있다고 적어두면, 자연히 NPC가 향수를 이용해서 괴물을 좇는 모습이 시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아무튼 같은 맥락에서 #자극적인_향이_나는 #기숙사에_있을_만한_물건 그것은... 뭐지?
여기서 회상씬입니다!
저는 예전에 대형 고시원 겸 독서실의 실장이었습니다.
고시원에는 각 층마다 주방이 있고, 항상 밥과, 라면과, 김치가 있었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고시원 사장님은 각 층마다 다른 김치를 배치해두고, 로테이션을 시키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3월에는 3층에 총각김치, 4층에 배추김치, 5층에 갓김치
4월에는 3층에 배추김치, 4층에 갓김치, 5층에 총각김치
이런 식이 었어요.
왜 그런지는 특별히 물어보지 못했지만, 그 당시의 저는 무언가 기이한 현상이나 행동을 목격할 경우, 혼자서 "기이하다.. 기이해" 하면서 왜 그런지 상상을 하는 쪽을 선호했기 때문에 무언가 음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넘어갔지요.
사실 이것은 고시원의 각층에 있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진실입니다. 저처럼 모든 층을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실의 눈이 주어지면서 세상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만,
각 층의 주민들은 매달 다른 김치가 나온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갓김치를 아주 좋아하더라도 지금 내가 사는 층이 갓김치 턴이 아니라면 3달이 지날 때까지 다시 갓김치를 먹을 수 없는 거예요! 같은 건물 안에 갓김치가 존재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세계의 고시원 건물 안에는 갓김치가 없으므로 기다리거나 밖에서 갓김치를 사 올 수밖에 없습니다.
고시원 사장님은 대체 무슨 사회 실험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어느 날 진실을 깨닫게 된 이단아가 나타났습니다.
다른 층에는 다른 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 나타난 겁니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이단아가 발생한 것은 확실합니다.
다른 층에 나타나서 김치를 퍼가는 짐승 같은 남성의 모습이 목격되기 시작했으니까요!
최초 목격자는 고시원의 주민들이었지만, 같은 층에 살더라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던 주민들은 이단아의 존재를 목격하였지만, 인지하지는 못했죠.
그리고 제가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CCTV는 설치되어있지만, 그것을 들여다보는 일도 없고, 웬만큼 기이한 일이 아니라면 관심을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투명한 락앤락 용기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그의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그는 4개의 락앤락을 들고, 모든 층에 있는 김치를 수거해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이 좁은 고시원의 평온을 깨는 이단아. 그의 행동을 목격한 사람은 나뿐이고, 내가 가만히 있으면, 그의 범행은 어둠에 묻히게 되겠죠.
저는 묵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고시원에 나타났던 김치맨을 기리기 위해서 시나리오에 김치와 관련된 내용을 삽입했습니다.
김치가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물건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요즘에도 천안대학교를 플레이하는 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팀들에서도 누군가가 기숙사 복도를 꽉 채우는 거대한 괴물에게 김치 싸대기를 날리는 불꽃의 김치파이터가 나올 수 있겠지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연약하지만, 김치의 붉은빛은 혁명의 깃발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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