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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링 TIP - 전국 서열 1위 마스터가 되는 방법

 

우선, 가끔 혼동을 느끼시는 분들을 위한 꿀팁. 

키퍼링과 마스터링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두 개가 같은 것입니다.

 

크툴루의 부름TRPG에서 게임의 진행을 맡는 사람을 비밀지식의 수호자, 줄여서 수호자(Keeper)라고 부르기 때문에 키퍼링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처음부터 깨알 지식을 전달하면서 시작할 수 있으니 느낌이 좋군요.

 

 

자, 어쨌든 마스터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TRPG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뜨거운 주제였습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숙련된 마스터링이라는 경지는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거든요.

처음부터 말을 돌리기로 시작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셨겠지만, 마스터링 일짱되는 법, 전국 서열 1위의 최강 마스터 되는 방법, 마스터링으로 킹갓제너럴엠페러마제스티골져스프레셔스뷰리풀하이클래스엘레강스럭셔리클래식지니어스원더풀러블리월드탑클래스충무공이 되는 방법 등등, 뭐 그런 건 없습니다. 

 

플레이의 반복만이 유일한 길이지요. 그럼에도 그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반복하는 것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진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요, 플레이를 자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갖추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반복해서 플레이한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설사 반복 플레이가 가능한 조건을 갖추었다 해도,

마스터의 성장을 기다려 줄 자비롭고 관대한 플레이어들이 여럿 필요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관대하고 착한 친구를 가지고 있나요? 부럽군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기회는 적습니다. 그렇다면 그 제한된 기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래서 TRPG 역사의 초창기에서부터 소위 마스터링 연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왕도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방향 정도는 가늠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조언. 혹은 이제 막 TRPG를 시작한(그것도 마스터로)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지하고 싶은 정보들.

 

일본에서는 20년도 더 전에 이미 마스터링에 관한 연구나 강좌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오래되고도 유명한 것이 바바 히데카즈(馬場秀和) 선생의 마스터링 강좌입니다. 내용은 오늘에도 취할 것이 있는 반면, 이제는 변화한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약간 이상한 주장들도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오래된 글을 비평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바바의 마스터링 강좌가 회자되었을 당시의 분위기는 짚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에게 조언과 통찰로 기능했던 한편,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심지어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마스터링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본질적으로 TRPG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게임입니다. 백이면 백 전부 다 플레이가 다르고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는 놀이거든요.

 

이런 조건 하에서 마스터링의 원칙이나 방법론에 관한 주장을 세우고 논리를 전개하려면, 상당히 빡빡한 전제와 제한된 세팅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바바의 게임관에 동의할 수 없다면, 이후 그의 주장 전체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의 반복이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 이러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마스터링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증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말한다면 상황이 맞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글자의 나열이 될 뿐이니까요.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한가지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기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 덕목, 준비. 이러한 것들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경우에는 마스터링에 대한 조언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

 

과거에 시나리오 제작과 마스터링은 분리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마스터링을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와야만 했습니다. 공유되거나 상용되는 시나리오가 얼마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유명한 마스터의 이름 옆에는 그가 직접 제작한 시그니처 시나리오가 붙어 있곤 했습니다. 종갓집 김치마냥 마스터마다 소울시나리오가 있는 시대였지요. 

 

 

그러한 옛 시대가 좋았다거나 훌륭했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 시절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맥락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접할 수 있는 룰도 얼마 없고, 시나리오집이라고는 공식이 내놓은 몇 권이 전부였던 시절입니다.

 

이 시기에 유통되거나 공개되는 시나리오를 보면 한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용이 비교적 자세하지 않고 간단하며, 묘사보다는 수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세부 내용은 개별 마스터가 재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타인에게 읽히기 위해 쓰인 시나리오가 아닌 것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무척 많이 달라졌습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다채로운 룰과 시나리오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시나리오 제작과 마스터링이 분리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스터링의 준비에 관한 내용도 과거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옛 시절에는 마스터가 대부분 해당 시나리오의 작가였으므로, 이미 시나리오는 완벽하게 파악이 된 상태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 집필한 시나리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준비의 처음이자 끝은 정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개별 룰이나 시나리오의 성격과 특징을 넘어서는 원칙입니다

 

그러므로 마스터가 플레이를 앞두고 여유 없이 시나리오를 읽거나, 심지어 플레이를 시작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은 결코 보편적인 마스터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마스터는 여유를 가지고 해당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고, 여유가 있다면 반복해서 읽어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것이 앞서 말한 마스터링의 조건이고 덕목이며 준비입니다. 기본이 서지 않으면 그 위로 아무것도 세울 수 없는 것입니다.

 

 

"읽을 시나리오가 없다고요?"

 

룰에 따라서는 즉흥적인 플레이를 구조적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이 아예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라고 권하는 룰도 있습니다. 룰에 따라서 즉흥적 플레이를 유도하는 성격을 가지더라도, 시나리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음, 이건 표현이 조금 애매하군요.

 

던전월드를 예로 들어볼까요? 던전월드는 시나리오를 사용하지 않는 룰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에 마스터는 국면과 액션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다른 룰보다 조금 특별한 '첫세션'을 진행하지요.

 

국면은 흉조와 위험요소, 그리고 재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악당을 내버려 둔다면, 세상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어쨌든 마스터는 이 플레이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즉흥적인 진행을 강조하는 룰이 아니더라도 플레이 도중에 돌발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일탈로 인한 돌발 상황은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야말로 TRPG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플레이어는 마스터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 자신의 구멍은 다른 사람에 메워줄 수 없습니다. 준비한 시나리오의 일부를 망각하여 구멍을 내거나, 그럴 때마다 시나리오나 룰북을 뒤적거리며 흐름을 지체시킨다면, 플레이어들이 마스터에 대해 가지는 관대함도 줄어들 것입니다.

 

 

원펀맨 운동법

 

갓세션이라고 불리는 멋지고 인상적인 플레이의 구현은 그다음에 다뤄야할 문제입니다.

당장 갓세션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마스터링 기록을 복사해서 붙여넣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멋진 묘사와 이 마스터만의 제스츄어와 말투 모든 것을 따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절대로 멋진 플레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복사해온 마스터의 언행만으로 '멋진 플레이'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해당 룰과 시나리오에 대해 가지는 익숙함입니다.

우선 그것을 준비할 수 있어야, 더 많은 것을 살필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이렇게 말하면 다음에는 갓세션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써야 할 것 같군요.

다음에는 더 엉뚱한 주제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그래요, 결국 이번 글은 원펀맨 마스터링 강좌였습니다.

읽고, 쓰고, 팔굽혀펴기 100회하고 스쿼드 100회하고 이걸 계속 반복한다.

 

하지만 별 수 없습니다. 룰북과 시나리오를 잘 읽읍시다! 그 곳에 답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날때 자작 시나리오도 써보세요!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