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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 쿠키!/★ 룰 소개

전광세계 배스천랜드 - 인생을 망치기 위한 100가지 방법

 

갑작스럽지만 다크 소울이라는 게임을 알고 계십니까? 

TRPG가 아니라 프롬 소프트웨어라는 회사에서 만든 디지털 게임말입니다. 

다크소울은 아주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이 얼마나 대단하고 재미있었던지, 그 이후로 다크소울의 이념이나 표현방식을 빌린 게임들이 많이 나왔지요.

그런 게임들을 "소울류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같은 회사에서 만든 《엘든링》이 핫하지요?

저는 아직 엘든링을 플레이해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하지만 다크소울과 블러드 본, 그리고 할로우 나이트는 해보았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냐고요? 

왜냐하면, 오늘 소개할 《전광세계 배스천랜드》가 바로 TRPG계의 소울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전광세계 배스천랜드

 

홀로 오롯이 번영하는 위대한 도시가 전기의 시대로 들어섰다.

당신의 경력은 실패했고, 어마어마한 빚까지 졌다.

보물 없이는 희망도 없다.

 

전광세계 배스천랜드는 2020년에 크리스 맥도웰이라는 분이 만든 TRPG입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이야기와 놀이가 텀블벅 펀딩을 통해서 출간하였고,

일반 서점에 풀린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TRPG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기이한 세계인 배스천랜드의 보물사냥꾼이 되어서 위험천만하고 신비로운 모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TRPG계의 소울류 

《전광세계 배스천랜드》 룰북은 여러분들이 모험하게될 배스천랜드의 현재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배스천랜드가 왜? 어떻게?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배스천랜드의 세계는 마치 소울류 게임들과 같은 방식으로 표출됩니다.

배스천랜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이한 세계를 보여줄 뿐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저들이 섬기고 있는 저 기이한 존재가 무엇인지, 

저 NPC가 저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저 건물이 왜 저기에 있는지, 

저 생물은 왜 저렇게 된 것인지, 우리의 세계가 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우리는 그들을 만나고, 직접 경험하면서 이 세계의 설정과 과거를 유추할 수 있을 뿐.

올바른 답을 제시해주지 않습니다. 

 

 

기이함, 아무튼 정말로 기이함 

 

전광세계 배스천랜드의 세계는 정말로 기이하고 신비롭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합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죠. 

전광세계 배스천랜드에는 여러분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정말로 기이한 것들이 있습니다! 

 

배스천랜드에는...

- 모든 것이 있습니다.

- 모든 것이 복잡합니다.

- 죽음이 특별한 사건이 아닙니다. 

 

-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사방팔방에 있습니다.

- 천과 나무, 끈으로 만들어진 *인형처럼 생긴* 모조 생명체들이 인간들과 공종합니다.

- 지하 세계와 결합한 기계 생명체들이 지상을 배회합니다. (지하에는 아주 많을 겁니다)

- 우리보다 더 발달한 기술을 가진, 혹은 더 강력한 능력을 가진 외계인들이 신처럼 군림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어째서 나타난 것인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괴물들도 있습니다.

 

- 모든 것이 공유됩니다. 주인도, 책임자도, 관계자도 여러 명입니다.

- 누가 이 도시를 책임지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 무언가 전기로 만들 수 있다면, 누군가 분명 그걸 만들고 있습니다.

- 옛것과 새것이 공존합니다.

 

- 배스천랜드만이 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오롯한 도시입니다. 

- 배스천랜드 바깥에는 죽음과 야만, 그리고 보물과 위험이 있습니다. 

- 다른 목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모두 자신의 실패한 인생을 구원하기 위해 보물을 사냥합니다. 

 

그리고 배스천랜드에서는...

- 갑자기 무언가 폭발할 수 있지만, 놀라지 마세요. 일상적인 일입니다.

-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이상한 소녀들이 말을 걸 수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 인간을 쥐로, 쥐를 인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놀랍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 버섯과 균사체를 신봉하는 종교를 조심하세요. 당신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 프리랜서 사형집행인이 갑자기 당신을 향해 총을 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합법이거든요.

- 벽에서 태어나서, 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보다 더 한곳에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인공물로 신체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공물들의 품질은 누구도 보증하지 않습니다.

- 거리의 판사들이 갑자기 당신의 행동을 재판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 환각제를 즐기고 싶다면 적당한 바에서 칵테일을 시키세요. 운이 좋으면 살아서 바를 나올 수도 있습니다.

- 길을 잃었나요? 도시 사파리 안내인에게 말을 거세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 가구나 전자 제품들이 말을 듣지 않나요? 무생물 지압사에게 부탁을 해보세요. 

- 건물 위에서 누가 떨어졌나요? 배스천의 지붕 위에서는 항상 다양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 배스천의 물품 중 70%에는 오징어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징어잡이는 배스천의 기반사업 중 하나입니다.

- 배스천에는 거대하고 촘촘한 운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아주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 인간 중 일부는 동물 주인의 소유물일 수 있습니다. 의외로 이것도 괜찮은 삶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베스천랜드를 소울류 TRPG로 분류하는 이유는 단순히 세계관의 표현방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베스천랜드는 다른 TRPG에서 보기 힘든 아주 가혹한 방식의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베스천랜드는 전투할 때 명중판정을 하지 않거든요.

게다가 회피 판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격을 원하는 대상이 있고, 그것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공격하겠다!"라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즉시 피해를 입히기 위한 데미지 판정을 합니다.

유리한 상황에서 판정하게 된다면, 더 큰 피해를 입히기 위한 추가 다이스도 받을 수 있지요.

 

덕분에 배스천랜드의 전투는 아주 시원하고 호쾌하게 진행됩니다. 

때리면 무조건 맞고, 맞은 피해가 크다면 바로 행동불능에 빠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호쾌함은 플레이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괴물이 플레이어를 공격하면, 플레이어는 주사위의 보호 없이 그냥 맞아야 합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지요? "보통 몇 번 정도 맞으면 죽나요?"

확실히 말하지만, 이 게임은 결코 상냥한 게임이 아닙니다. 

당신은 한 방에 즉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해하셨나요?

당신은 패링으로 한방에 적을 격살시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당신의 적들도 당신을 한방에 격살시킬 수 있습니다! 

 

배스천랜드의 모험은 아주 치명적이고, 위험합니다.

 

 

죽고 싶지 않다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상황과 설정, 도구를 활용하세요!

왜 이렇게 가혹하고 치명적인 시스템의 게임이 만들어진 것일까요? 

 

다스소울류의 게임들이 이런 어렵고 치명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끊임없는 재도전과 경험을 누적하는 형태로 난관을 극복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전광세계 배스천랜드는 TRPG입니다.

TRPG에서는 이런 종류의 즐거움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인의 몰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이 있잖아요? 

 

전광세계 배스천랜드가 불합리할 정도로 치명적인 전투시스템을 마련한 이유는 사실 전투를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대신 유연한 난관 극복 시스템과 아주 기이하고 편의적인 세계가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돕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입니다. 

한방에 D12점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고장난- 고대의- 미치광이- 고릴라형- 거대 로봇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당신의 HP는 6점이고(거대로봇은 50% 확률로 당신을 한 방에 죽일 수 있군요), 
손에는 D6의 피해를 주는 연발 권총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저 고.고.미.고.거대로봇에게 들이박으면 대체로 당신은 1턴에서 2턴 내에 죽게 될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다음번 난관에서는 확실히 죽겠지요. 

하지만 아래의 조건이 추가되면 어떨까요?

당신의 캐릭터는 과거에 기계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기계 클라리넷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계 클라리넷의 소리는 인간은 들을 수 없지만, 어쩌면 기계들은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어떤가요? 뭔가 다른 방법이 떠오르나요?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상황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주 대놓고 싸우는게 더 유리한 상황도 있겠지요. 

 

전광세계 배스천랜드는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마스터- 그리고 세계는 플레이어들에게 극복해야 할 난관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그 난관과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상황을 극복해야 합니다. 

D6점의 피해를 주는 권총은 단순히 "원거리의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무기"일수도 있지만, 

커다란 소리를 내는 물건일 수도 있고, 천장에 메달린 샹들리에를 떨어트리기 위한 도구일 수도 있으며, 

격렬하게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정지시키기 위한 이물질로 활용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전광세계 배스천랜드에는 무엇이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주변을 관찰하세요.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배스천랜드는 당신을 위해 열려있습니다!

 

혹시 《누메네라》라는 제목의 TRPG를 알고 계신가요? 

배스천랜드가 구현하는 세계는 누메네라가 표현하는 세계와 비슷합니다. 

아주 기이하고, 온갖 것들이 북적북적 섞여 있는 기묘한 세계이지요.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한 번에 갚을 수 없는 막대한 빚을 지고 시작하며, 

채권자는 불합리한 방식으로 플레이어들을 압박할 것입니다. 

이런 점은 이야기와 놀이에서 출간한 《스프롤》과 좀 비슷하군요. 

 

격렬한 빈부격차, 비현실적이고 가혹한 세계,

그리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번쩍이는 전기 스파크. 

배스천랜드에는 《어둠 속의 칼날》과 비슷한 냄새가 납니다.

 

배스천랜드는 《울타리 너머》와 같은 이념을 가진 TRPG입니다.

바로 OSR(올드 스쿨 르네상스)입니다.

초창기 D&D의 플레이 흐름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무기는 단순한 무기로만 작동하지 않고, 가상의 세계를 모험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위에 나열한 다른 TRPG를 즐겁게 플레이하셨던 분들은 분명 배스천랜드에서도 즐거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하여 배스천랜드는 무척이나 세련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TRPG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자극적인 재미를 담고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