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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 쿠키!/★ 룰 소개

울타리 너머 - 돌려돌려 돌림판과 함께하는 모험

태초에 디앤디가 있었다

때는 1970년대의 어느 날.

미국에 사는 어떤 아저씨들이 "야, 이 게임 조금 개조하면 다른 것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게임"은 체인 메일이라는 이름의 워게임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떠올린 "다른 것"은 판타지 세계의 던전을 탐험하는 용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TRPG가 탄생하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순간입니다. 던전즈 앤 드래곤즈(Dungeons & Dragons/ 이하 디앤디)의 탄생이기도 하지요. 뭐, 당시에는 TRPG에 속한 게임이 디앤디 밖에 없었으니 구분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대는 흘러 흘러, TRPG와 디앤디를 구분해서 불러야 할 정도의 미래의 어느 날. 특이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디앤디의 세 번째 판본이 아주 싫었습니다. 룰이 너무 복잡하고 불편해졌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불만은 역사적으로 어떤 움직임 혹은 운동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그래요, 르네상스입니다! 옛날이 좋았어! 옛날로 돌아가자!

이것이 TRPG 역사에서 나름 중요한 사건인 Old School Renaissance(OSR)의 시작이었습니다. 

 

아, 이런 뜬금없는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 거냐고요?

그야 오늘 이야기할 울타리 너머가 이 OSR의 이념 아래에서 태어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4월, 이야기와 놀이에서 출간한 울타리 너머입니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당시 후원자는 454명, 모인 금액은 삼천칠백만원 정도였습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으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오늘 그래도 하나는 건졌군요.

 

아무튼 울타리 너머는 OSR입니다. 슬슬 OSR이 무엇인지 궁금하시겠군요?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Old School Renaissance

역사는 그렇다 치고 OSR이 어떤 게임인지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주 피곤하거나 귀찮을 때 누가 OSR이 뭔지 질문해온다면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거, 랜덤 표 많이 굴리는 룰이야." 

 

조금 더 여유가 있을 때 물어봐주세요. 그럴 때는 이런 대답을 할 것입니다. 

 

OSR은 즉흥적인 전개와 창조적인 플레이를 권장합니다. 

더 많은 변수를 만들기 위해서 랜덤 표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상황에 어울리는 판단을 더 높게 평가하지요. 

 

이건 이거대로 뭔 소린지 모르겠군요.

 

 

그럼 이렇게 설명해볼까요? 

지금 전투 중이에요. 플레이어 한 명이 갑자기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를 땅에 집어던지고는 옆에 세워진 기둥을 뽑아서 휘두르려 합니다. 어떻게 하시나요? 무기를 내려놓는 건 프리 액션이고, 기둥을 뽑는 것은 근력 판정, 그걸 휘두르는 것은.... 

 

이건 어떤가요? 선상 전투가 한참인 와중, 바다에 빠진 플레이어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상어를 붙잡아서 배위로 던지려 합니다. 어떻게 하나요? 어, 일단 수영 판정 성공하고, 상어 붙잡는 건 레슬링 판정이고, 던지는 건 투척인데, 근력 판정을 먼저 성공해야 하고, 근데 한 턴에 시도할 수 있는 판정의 횟수가 몇 개지? 

 

함정을 찾아야하는 장면입니다. 함정찾기 혹은 관찰력 기능이 있는 룰이라면, 그에 맞는 판정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플레이어가 "제가 들고 있는 장대로 한번 바닥을 쿡 찔러볼게요." 어떻게 하나요? 쿡?

 

악당 로봇을 조종하는 컴퓨터를 망가트려야합니다. 해킹이나, 근접전으로... "물을 뿌립니다!" 네? 뭐라고요? 

 

혹시, 그냥 안된다고 하나요? "야, 네 무기로 싸워."라고 하거나 "[공격]을 하라고 이상한 짓 하지 말고!"라고 말하진 않았겠죠?

 

하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모든 상황마다 일일이 그에 알맞은 판정을 준비해둔 룰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예 포괄적인 판정방법을 준비해둔 룰이 있을 수는 있겠지요. OSR은 조금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판정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에서는 판정하지 마세요!", "잘 모르겠으면 즉석에서 판정방법을 정하세요1" 

 

OSR은 플레이어들의 창의적인 선언에 기뻐하며, "좋아요, 한번 해보세요."라고 말하는 마스터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요약해둘게요(오해의 소지가 있는 요약이긴 합니다).

 

1. 대체로 룰이 간단함. 

2. 랜덤 표를 아주 많이 씀. 

3. 플레이어가 이상한 짓하는 걸 좋아함. 그 이상으로 마스터도 이상한 짓 할 거거든 하하하! 

 

OSR로 이야기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오늘은 OSR을 이야기하려던 게 아니므로, 간단하게 줄이고, 본격적으로 울타리 너머를 살펴보지요. 

 

 

 

서울 사는 김서방 

울타리 너머의 장르는 판타지입니다.

 

TRPG에서 판타지라는 장르를 다룬다는 것은 한국에서 김씨 성을 가졌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김씨라고 합니다.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특별한 점을 어필할 수 없습니다. 

 

근데 TRPG의 세계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이 와중에 김해김씨의 시조. 김수로왕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가정해보죠(디앤디는 아직 현역입니다). 물론 그냥 가야시절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닙니다. 다섯번 정도 전생을 반복해서, 더욱 강력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왠지 김수로왕 얼터나 같은 다른 버전의 김수로왕도 존재하는 한편, 김유신 같은 김씨 성의 강력한 위인들도 살아있습니다. 

 

어쩐지 성배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자 어쨌든 이 와중에 서울시 쌍문동에 살고 있는 김 씨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른 김 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심지어, 김 씨들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되살아나서 돌아오더라도 가지지 못한 그런 특별한 것이요. 울타리 너머에게는 그런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울타리 너머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이지만, 던전즈 앤 드래곤즈로 대표되는 다른 판타지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울타리 너머가 다루는 이야기의 분위기도 다른 판타지 장르의 TRPG와 크게 다른 모습과 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알기 쉽도록 텀블벅 소개글을 인용해볼까요? 

《울타리 너머》는 어슐라 K. 르귄의 《어스시 연대기》 첫 세 작품이나 로이드 알렉산더의 《프리데인 연대기》의 분위기를 구현하는 RPG입니다. 청소년 판타지의 주인공들은 보통 막 성년이 된 젊은이들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각종 모험을 펼치고 결국 영웅으로 성장합니다. 여러분의 첫 모험은 사악한 이들에게 맞서 마을을 지키는 임무가 될 것입니다. 첫 모험을 마친 다음에는 머나먼 곳으로 출발하겠지요.

울타리 너머는 다른 판타지 장르의 TRPG들에 비해서 작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줄 플레이어들은 비교적 유능할지는 몰라도 아직 전설적이거나 영웅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마을의 영웅"정도지요. 물론 언젠가는 그런 전설적인 영웅으로 성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저 작은 시골 마을의 지저분한 청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를 둘러싼 울타리. 그리고 그 너머에는 굉장히 기괴하고, 매혹적인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섬뜩한 전설, 어쩐지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 잔혹한 이야기. 작고 아기자기하며, 귀여운 구석도 있지만, 울타리 너머가 구현하는 세계의 본질은 굉장히 가혹합니다. 

 

 

울타리 너머의 첫 번째 세션

룰북의 첫 페이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적혀 있나요? 아니, 판권이나 목차 말고요. 

어떤 '세계의 구현'이 중요한 룰은 소설이나 삽화로 시작됩니다. 크툴루의 부름이나 누메네라 같은 경우가 그렇지요.

13시대나 두려움 그 자체 같이, 특정한 목적성이 더 중요한 룰은 "전투!" 라거나 "호러!"처럼 뭘 할 수 있는 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울타리 너머의 첫 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습니다. 

 

"당장 시작하자! 렛츠고!" 

 

아니, 사실 조금 다르게 적혀있긴 합니다만, 대충 저런 말입니다. 정확히는 이런 말이에요. 

 

저희는 울타리 너머를 즉석에서 빠르게 플레이하기 쉽도록 만들었습니다.  울타리 너머는 플레이 준비에 필요한 각종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그냥 자리에 모여서 플레이를 하기 원하는 분들을 위해 만든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울타리 너머는 쉽습니다. 기억할 것도 많지 않고, 대부분의 내용들도 굉장히 쌈빡하게 압축되어 있습니다. 룰을 설명하는 방식도 굉장히 직관적이고, 분류가 잘 되어 있습니다. 세세하게 기억해야 하는 자잘한 내용이 사방에 흩어져 있거나 하는 문제도 없습니다. TRPG 자체에 익숙한 사람들이 모였다면, 그냥 당장 책의 랩핑을 벗긴 직후에 당장 세션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룰처럼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기는 합니다만, 준비 없이도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훌륭한 메리트입니다. 특히 이런 장점을 더 강화하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플레이북과 시나리오 묶음, 그리고 지도입니다. 

 

플레이북 

울타리 너머를 소개할 일이 있을 때는 항상 플레이북을 보여줍니다. 

다른 룰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타리 너머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 플레이북을 사용합니다. 플레이북의 내용을 발췌하지 않고 설명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저는 포가튼 사가나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 같은 게임을 떠올렸는데...... 이런 옛날 게임 제목을 말해봐야 아실 분이 많지 않겠군요. 좋아요. 

 

플레이북은 여러 개의 질문과 질문에 딸린 예시로 이루어진 문서입니다. 

질문은 이런 식이에요. 

 

"당신은 어느 점이 남다른 가요?"

 

캐릭터를 만든 직후에 마스터가 할법한 질문이죠? 이 게임은 룰이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하나요? 보통은 이런 말로 시작하게 되지 않나요? 

 

"음......"

 

울타리 너머에서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질문이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으로 되어 있거든요.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선택지는 8개나 6개, 12개로 되어 있습니다. 마침 눈앞에 있는 주사위를 하나 집어서 굴려서 선택해도 되겠군요? 

 

그리고 이 질문과 대답은 플레이어의 서사를 만드는 역할만이 아닙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능력이나 기능, 심지어 조력자 NPC까지 제공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주었습니다.(배우자 NPC 추가)" 

 

플레이북은 매력적인 시스템입니다. 일단 이 시스템 자체가 재미있어요. 그냥 주사위만 몇 번 굴렸을 뿐인데, 캐릭터 하나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심지어 주사위를 굴리면서 근력이나 민첩성만 정해지는 게 아니에요. 뭔가 더 디테일한 사연과 추억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특별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가 아주 빠르게 만들어진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아까 당장 시작하자고 말했죠? 당신을 위한 영웅이 준비되었군요.

그리고 당신을 위한 모험도 곧 만들어질 것입니다. 

 

 

시나리오 묶음 

빠른 캐릭터 메이킹 만으로는 "당장 시작!"이라는 말을 쓰기는 어렵겠지요. 울타리 너머의 모험은 OSR이념을 기반으로 제작된 특별한 시나리오 묶음을 활용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자, 어쨌든 캐릭터 제작을 특정 질문에 대한 랜덤 답변을 이용해서 자동 제작할 수 있었잖아요?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캐릭터는 과거 사건을 랜덤으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이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랜덤으로 결정하게 된다는 것 정도입니다. 대충 이런 식이에요. 

 

시나리오 묶음 - 성난 요정 (실제 성난 요정은 이런 내용이 아닙니다.)
마을 근처에 자리 잡은 요정들이 아주 화났습니다.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질문 1. 누가 요정들을 화나게 했나요? 
1. 철수가 요정들의 전통 축제를 방해했습니다. 
2. 영희가 요정들의 문장을 훼손했습니다.
...
6. 영수가 요정의 왕을 모욕했습니다. 

...
질문 4. 요정의 왕은 어떤 공격을 하나요? 
1. 오거를 보냅니다. 
2. 마을의 가축들을 모두 지붕 위로 올려두었습니다.
... 
6. 마을의 우물물을 모두 우유로 바꿔버렸습니다. 

 

시나리오의 진상, 괴물, 흑막, 전개, 난관, 보상, 심지어 등장하는 NPC들까지 모두 랜덤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랜덤과 선택에 매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의 질문과 행동에 따라서는 선택되지 않은 다른 항목의 정보들도 기억하고 있다면, 여러가지 돌발상황에 대응하기 편해집니다.

 

이렇게 즉석에서 내용이 결정되는 시나리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아무런 준비가 없더라도 꽤나 그럴싸하게 규격화된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지요. 그리고 똑같은 시나리오 묶음을 사용하더라도,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형태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보면, 던전월드로 대표되는 AW엔진과 비슷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룰도 뭘 준비해놓고 시작하지는 않잖아요? 즉흥의 레벨에서는 그쪽이 더 앞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그보다 더 구체적인 방향성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길을 잃게 될 위험이 적습니다. 그 덕분에 실패할 확률도 현저히 낮아집니다. 

 

 

지도 그리기 

그리고 마지막은 지도 그리기입니다.

플레이어와 마스터가 함께 마을의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플레이북과 시나리오 묶음의 선택지 중에는 지도에 특정 요소를 추가하는 액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도에 당신의 집을 그리세요!"

 

지도를 그리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사실 마음이 맞는 플레이어들과 함께한다면, 한 시간 내내 지도만 그려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도의 역할은 단순히 재미를 더하거나, 이야기의 생기를 더하는 것 이상의 용도가 있습니다.

 

지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스터의 역할이 플레이어들에게 분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건 어디에 있는 게 좋을까요?" "왜 이게 여기에 있는 걸까요?"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새로운 의견을 낼 수 있고, 그들의 관심사를 플레이에 반영하기가 더 쉬워질 것입니다. 일단 그들의 관심사가 지도에 그려진 이상, 그것은 게임 내내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울타리 너머의 두 번째 세션

 

 

"바로 시작하자! 렛츠고!"

 

그러니까, 즉석 플레이의 기준은 대체로 3~5시간짜리의 단편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울타리 너머가 전통적인 캠페인에 적합하지 않은 룰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장편으로 이어지는 캠페인으로 즐기는 쪽이 더 즐거울 수도 있습니다. 

 

근데, 조금 구성이 이상하지요?

보통 이런 식의 설명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잖아요? "단편으로 아주 좋은 룰.... 장편으로도 즐겨보세요!"

이렇게 챕터를 나눌 정도롤 격렬하게 쪼개는 이유는...... 룰도 아주 격렬하게 쪼개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로 격렬하냐면, 장편을 다루는 방법이 별도의 책으로 빠져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약간 의아한 구성이긴 한데, 울타리 너머는 세 권의 얇은 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즉석 플레이! 바로 시작하자 렛츠고!"까지는 첫 번째 책이자, 코어 북이라고 할 수 있는 [울타리 너머 : 또 다른 모험으로] 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코어 북은 "즉석 플레이!" 까지만 다루고 있습니다. 즉석플레이에 필요한 내용은 모두 있지만, 그 이상을 담고 있지는 않아요. 좀 더 넓은 세계, 말 그대로 울타리 너머를 향하기 위해서는 다른 책 두 권이 더 필요합니다. 

 

일단, [울타리 너머 : 가지각색의 영웅들]은 플레이북을 확장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타입의 서플리먼트예요. 더 많은 마법, 더 많은 직업, 더 많은 특성, 더 많은 플레이북! 

 

그리고 [울타리 너머 : 머나먼 곳으로]는 이제 시나리오 묶음을 확장합니다. 머나먼 곳으로의 확장은 가지각색의 영웅들이 하는 확장과는 다른 방식의 확장입니다. 더 많은 시나리오 묶음은 이야기와 놀이 자료실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머나먼 곳으로는 단순히 단편 플레이를 즐기기 위한 시나리오 묶음이 아니라, 장편 플레이를 위한 위험요소 묶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장편 플레이를 다루기 위한 다양한 옵션과 추가 요소, 그리고 OSR이 사랑하는 더 많은 랜덤 표까지. 

 

[울타리 너머]를 즐긴다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지각색의 영웅들]과 [머나먼 곳으로]는 서플리먼트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원래 함께 있어야 할 필수품에 가깝습니다. 아마 이렇게 나눈 이유는 "즉석 플레이! 바로 시작하자! 렛츠고!"를 아주 격렬하게 지원하기 위했던 것... 이겠지요? 그냥 원 출판사인 [플랫랜드 게임즈]가 영세한 출판사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한 권 내봤는데, 반응 좋아서 더 낸 것일 수도 있지요. 

 

뭐 그게 중요한가요? 아무튼 이렇게 세 권이 합쳐져서 백만 파워를 낸다는 결과가 더 중요합니다. 분권 시스템은 어쨌거나 불편한 점도 있지만 편리한 점도 있습니다. 

 

 

아무튼 즐거운 OSR

분명, 이런 장르에, 그리고 특히 이런 방식의 진행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울타리 너머는 분명 도전해볼 만한, 그리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룰입니다. 그리고 절대로 어려운 룰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보다 더 쌈빡해지기 어려울 정도로 간결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룰입니다. 

 

...... 쉽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룰은 사실 쉽지 않은 룰이라는 농담이 있긴 한데, 정말 쉽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쨌거나! 

 

울타리 너머를 플레이한다는 것은 즉흥과 무작위, 그리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함께 한다는 의미입니다. 주사위를 몇 번 굴리다 보면, 그리고 몇 개의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어느새 상상도 하지 못했던 풍경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익숙했던 여러분의 마을 바깥, 울타리 너머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관련 글 링크입니다! 전부 이야기와 놀이 블로그의 글이군요. 사랑합니다! 이야기와 놀이! 

OSR에 대한 설명을 너무 대충 한 게 마음에 걸려서 관련 링크를 달아 둔 것뿐이니까 관심 없으신 분은 더 눌러보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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